제 글에 대해 댓글을 쓰신 분들께 답변을 드립니다.


1. ‘라일락김’님께서 공판의 주요 내용이라고 올리신 부분은 서울대 조사위의 보고서에 대한 조작 의혹입니다. 그러나 황 박사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서울대 조사위가 줄기세포 1번에 대해 처녀세포라고 판단했든 안했든 그것은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사건의 핵심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 황 박사가 고의로 조작한 논문을 제출했는가 여부입니다. 1번 세포주가 정말 줄기세포일 수 있고 또는 처녀증식 세포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의미가 없고 황 박사 일부 세포가 오염된 것을 알고서도 오염되지 않은 것처럼 썼다면 사실을 다르게 오도한 것이므로 명백한 연구 부정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2. ‘동방의 등불-코리아’님, 세계과학계에서 황 박사를 용서한 적은 없습니다. 그는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투고하더라도 아마 거부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래 논문을 거짓으로 투고하면 ‘양치기 소년’처럼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특히나 학자적 양심을 걸고 논문 한편 한편을 투고해야 하는 과학계에서 황 박사처럼 오염된 줄기세포를 오염되지 않은 것처럼 쓰는 행위는 명백한 부정행위입니다.


‘동방의 등불-코리아’님의 지적처럼 “논문을 작성할 때, 모두 줄기세포 몇 개 만들었는데 몇 개는 오염사고로 죽었고 현재 몇 개 남았다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정답이고, 그러지 않고 이유와 과정이야 어찌댔던 이미 죽은 것을 살아있는 것처럼 부풀려 넣은 것은 과학자로서 잘못한 일이 맞고,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이 잘못에 대해서 황 박사는 통상 과학계의 상식과 관례를 훨 뛰어넘는 징벌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황 박사 이전에도 독일인 과학자 얀 헨드릭 쇤이 “실수로 그래프를 바꿔 보냈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부족해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며 논문 조작의혹을 부인했었죠. 그러나 실험 샘플은 모두 복원할 수 없도록 훼손되거나 버려진 상태였습니다. 황 박사도 “사진 중복은 인위적 실수다. 줄기세포는 뒤바뀐 것이며 영롱이 관련 자료는 이사 중 분실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쇤은 근무하던 ‘벨 연구소’에서 해고당했으며 2년 뒤에는 박사 학위까지 박탈당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황 박사는 사설 연구소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있으니 과학계의 상식과 관례를 뛰어넘는 징벌을 받았다는 주장은 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입니다.


님께서는 “장인이 명품도자기 열개 구웠다가 7개를 사고로 떨어뜨려 깼는데, 나는 열개 만들었고 모두 건재해 있다로 발표했다고 해서 그 장인에게 다시 도자기 구울 기회를 안 준다면”이라고 하셨지만 비유가 잘못됐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데 아무런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국비든 자비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체세포핵치환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데는 많은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인간의 난자를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고 한번에 20개 이상의 난자를 꺼내는 일은 불임이나 후유증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면 그것이 줄기세포가 아닌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간의 생명윤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습니다.


황 박사는 자신이 지녔던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다른 과학기술계나 종교, 윤리계의 반대를 억누르고 그 실험을 강행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설사 줄기세포가 1~2개 존재하더라도 수천 개의 난자를 사용해 줄기세포 1~2개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그것은 상업적으로 무의미합니다. 가령 2000개의 난자 가운데 1개 성공했다면 여성 100명에게서 난자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실험을 재현하라고 누가 강제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도자기 장인과 황 박사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입니다. 또한 님은 “더러 살아있고 더러 죽은 세포를 다 살아있다라고 발표해서 그 논문자체가 거짓 논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정하면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황 박사는 줄기세포주가 확립되기 전에 이미 오염돼 죽은 것이므로 죽은 세포가 줄기세포로 확립됐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배양단계에서 죽은 것이지 확립된 줄기세포가 죽은 게 아니란 말입니다.


님께서 대학에서 생물을 공부하셨다면 상식적으로 세포의 배양이 ‘클린벤치’라는 기계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황 박사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개 사육장에서 날아온 먼지로 줄기세포가 오염됐다”거나 기자회견에서 “열악한 실험실 환경 때문에 바닥에서 먼지가 펄펄 나는 환경에서 연구했었다”고 답변합니다.


그러나 클린벤치는 외부 오염 물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여름철 덥다고 창문을 열어놓거나 실험을 하면서 주변에 선풍기를 틀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폐쇄되고 깨끗한 공간에서만 사용하는 게 상식인 기계입니다.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우리학과에서 미생물을 연구하던 한 학생은 여름철 클린벤치를 향해 선풍기를 틀고 미생물을 배양했다가 한 학기를 더 다니며 논문 실험을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황 박사의 주장이 생물 관련 전공자에게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는 얘깁니다. 개사육장에서 먼지가 날아올 만큼 창문을 열어둘 대학원생은 없으며 또 먼지가 풀풀나는 바닥에 클린벤치를 설치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얘깁니다.


더불어 “그러나 크게 뻥을 쳐서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혼자 독식해서 다른 과학자들보다 수십 배 많은 반복 실험을 통해 뒤 거둔 성과라면 그 연구 성과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방법은 굳이 황 박사 아닌 다른 과학자라도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저의 주장에 대해 님께서는 “온 세계의 줄기세포전문가들이 돈이 없어서 반복실험을 황 박사팀만큼 못해서 복제줄기세포를 못 만드는 것이냐?”고 따지셨습니다.


물론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황 박사는 2004,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쓰기 위해 이미 2000개 이상의 인간 난자를 사용했습니다. 이건 전 세계의 다른 연구자들이 사용한 인간 난자를 합쳐도 넘을 수 없는 수치입니다. 또 국내 다른 연구자들도 이렇게 많은 난자를 가지고 반복 실험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만큼 황 박사는 전 세계의 어느 연구자보다 혜택을 얻고 실험을 해왔다는 얘기입니다.


황 박사가 폐기처분해 진위를 가릴 수 없게 됐지만 복제소 진이와 영롱이와 관련해 과연 두 소가 복제소인지 가려낼 방법이 없으며 관련된 연구에 대한 논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래 썼던 글에서처럼 모든 과학자는 연구비를 받으면 무조건 논문으로 승부를 겁니다. 물론 공대에서는 논문이 중요하지 않는 학과가 몇 있지만 자연과학대나 수의대, 농대는 논문으로 밖에는 과학자의 업적을 밝힐 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나 기업에서 돈을 받으면 무조건 논문을 편 몇 썼느냐, SCI급 논문이냐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황 박사는 진이와 영롱이에 관해 어떠한 논문도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황 박사는 진이와 영롱이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연구비를 받아썼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노광준 피디님, 누구나 각자가 믿는 바를 따를 수 있고 지지할 수 있으니 당신의 신념도 존중합니다.


4. 바람이님, 언론의 중립을 말씀하셨는데요. 법원에서 황우석 전 교수는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더라도 포괄적으로 논문 조작을 지시했던 것은 맞지 않느냐”는 검찰 신문에 “구체적으로 지시한 건 아니겠지만 그런 취지로 지시한 것 맞다”고 사실 혐의를 일부 시인했습니다. 황 교수는 분명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실험결과를 원하는 실험결과로 바꿀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미즈메디-배양, 황 박사-배반포가 아니라 황 박사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묵인했거나 지시했느냐입니다. 그런데 황 박사는 지시했습니다. 공판을 길게 끌 필요도 없는 사건인 것입니다.


5~6. 알아서 머하게와 과학기자님께 당신의 의견은 과학자나 언론, 일반인 누구에게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사실(fact)을 말씀하시고 가치 판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7. 좋은시간님께 드릴 답변은 이미 위에 다른 분들을 통해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글_정서금영 기자 symbious@donga.com 

Posted by 정서금영
 

지난 21일 황우석 박사가 미국 아폴로그룹의 회장인 존 스펄링 박사의 애완견 미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아직 논문을 작성 중이라 투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제 포털에 언론사에서 ‘줄기세포 진실’ 질긴 게임…“조사위 서명 조작” “黃의 사기극”라는 제목으로 황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공판이 23번째나 열리며 장기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누리꾼들의 추천을 받고 있어 과학기자로서 몹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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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능력있는 사람인데... [35] CCJinny님 |08.05.27 |

개복제의 제일인자... 죽은 개도 복제성공... 이미 실력이 있다는 게 입증된 상태인데도 황박사를 까고 몰아내려는 의도가 뭔가? 좀 연구 좀 하게 내버려둬라... 버러지들아.


왜 황우석 사태가 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8] 청국장님 |08.05.27 |

노성일 사태가 아닌가? 황우석은 핵치환하는 기술을 가졌으며 노성일은 수정란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부분을 담당했는데 핵치환을 해서 계속 노성일에게 줬는데 줄기세포를 계속 못만들었잖아? 노성일을 족치라고!


기자야 "황의사기극"이라고 낚시질을 하니까 그리 좋더냐 [1] 천사몽님 |08.05.27 |

아직 판결이 나지 않는 사건을 마치 황박사가 사기군인 것처럼 기사제목에 인용한 것은 현혹성글로 낚시질 하려고 쓴 글 같은데 앞으로는 이렇게 쓰지마라 . 내가 지켜 보겠다.실력있는 과학자를 존경은 못할망정 사기군으로 몰아가려는 어리섞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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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는 “황 전 교수 측은 일부 DNA 검사 결과를 부풀리고 다른 사진을 쓴 점은 인정하지만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본 기술은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비 전용 문제도 일부를 연구 외적으로 쓰긴 했지만 관행상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고 게재됐다.


최소한의 상식을 지닌 과학자라면 ‘일부 DNA 검사 결과를 부풀리고 다른 사진을 쓴 점은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과학계를 떠나는 게 이치에 맞다. 누리꾼들은 황 박사가 실험을 재연해 인간체세포핵치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면 모든 것을 해명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께서 모 학술지 편집위원이었던 관계로 나는 1년 넘게 논문 심사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나도 대학원에 다닐 적,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 대학원 기간에 실험했던 논문을 여러편 써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일단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과정을 소개하겠다.


1. 연구자가 설계한 실험의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학술지 편집위원장에게 투고한다.

2. 편집위원장은 투고한 논문의 내용을 읽고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2~3명의 심사위원에게 평가채점표와 함께 논문을 송부한다.

3. 심사위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문을 심사한다. 하나는 △논리의 완결성 △표와 그래프 삽입의 적절성 △주제의 참신성 같은 항목별로 채점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논문의 원본에 ‘논술 첨삭’처럼 내용의 오류나 비논리성, 표현상의 잘못 등을 표기하는 것이다.

4. 채점을 통해 심사위원은 △즉시 게재 가능 △일부 수정 게재 가능 △대폭 수정 요망 △게재 불가 등의 형태로 판정을 내린 뒤 편집위원장에게 보낸다.

5. 편집위원장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종합해 최종 판단하며 심사의원들의 평가가 엇갈릴 경우 추가의 심사위원을 선정해 심사를 맡긴다. 즉시 게재 가능이 아니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논문의 투고자에게 알려 지적사항을 반박하거나 수정할 기회를 준다.

6. 투고자와 심사위원들 간에 수 차례 반박과 수긍의 과정을 거치면 마침내 논문 게재가 확정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심사위원은 투고자의 논문을 재현하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모든 심사위원이 투고자가 제출한 논문에 인위적인 조작이나 변조, 위조가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만약 투고자와 심사위원 사이에 믿음이 흔들린다면 어떤 심사위원도 심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인위적인 조작이나 변조, 위조가 허용된다면 어떤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진실만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일반인들이 ‘publish or perish’(논문을 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내용을 연구실 책상이나 출입문에 붙여 놓은 교수와 대학원생을 만난다면 과학자로 살아가기 위해 논문 한편 써내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적게 나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황 박사는 본인 스스로도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대해 ‘일부 DNA 검사 결과를 부풀리고 다른 사진을 쓴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학부생 때 읽었던 논문이 몇 년 뒤 대학원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우를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과학자의 연구 성과는 논문을 통해 인정받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이 쌓여 몇 년 뒤 학부나 대학원에서 교과서로 실릴 때 과학자는 학자로서 자부심을 얻는다.


반면 황 박사는 과학자서의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성을 스스로 파기했다. 물론 이제와 황 박사가 인간체세포치환 줄기세포 복제실험에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크게 뻥을 쳐서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혼자 독식해서 다른 과학자들보다 수십 배 많은 반복 실험을 통해 뒤 거둔 성과라면 그 연구 성과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방법은 굳이 황 박사 아닌 다른 과학자라도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를 떠나 황 박사는 스스로가 인정한 ‘사기꾼’이며 그런 사기꾼에게 국민의 세금을 연구비로 지원하는 일은 세계 과학사에서 절대 없어야 할 사례다. 개 복제는 황 박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도 해낸 일이다.


대한민국 4700만 명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과학자에 대해 “죽은 개를 복제했으니 인간체세포핵치환 줄기세포도 성공할 수 있지 않으냐”며 “실험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주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줄기세포가 존재하든 안하든 재판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나의 입장은 변할 이유가 없다. 그는 오염돼 존재하지 않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고 거짓된 논문을 사이언스에 투고했다. 설사 그 뒤에 새로 만든 줄기세포주가 수립됐다하더라도 그는 과학자로의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것이다.


만약 황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그대로 연장시키면 이런 논리도 성립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정부가 많은 돈을 빌려줘서 대우자동차, 대우건설, 대우전자 등에서 엄청난 국익을 창출했다. 비록 그가 부도를 냈지만 그는 대기업을 운영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 분명하므로 재기의 기회를 줘야 마땅하다. 어서 그에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집권기처럼 회사 설립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김우중은 국민을 속였고 대우를 속였다. 사기꾼에게 공식적인 지원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자식이나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사업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선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 박사의 지지자들의 기부나 자비로 연구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얼마든지 찬성한다. 다만 글로벌한 사기꾼에게 대한민국의 세금을 줘서 실험을 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이다.


아직도 황 박사를 두둔하는 여론이 포털을 장악한 것을 보면 과학기자로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아 보인다.


글_정서금영 기자 symbious@donga.com

Posted by 정서금영

화사한 햇살이 유리창을 넘어 그녀의 볼에 와 닿았다. 그녀가 수줍은 미소를 띤 채 눈치를 살피고 있다. 도톰한 입술이 쭈뼛쭈뼛,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눈빛도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하지만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기엔 너무나 생뚱맞은 장소다.


그녀를 관찰하고 있는 곳은 어떤 학회가 주최하는 춘계 학술대회장이다. 대학원에서 ‘짬밥’을 먹었던 기자는 한 눈에 그녀가 대학원 새내기라고 짐작했다. 구두 발표가 아니고서야 포스터 발표를 하는 사람이 정장을 곱게 차려 입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지랖이 넓은 기자는 곧장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석사 1학기 째죠?”, “헉! 그걸 어떻게….”, “제가 첫 관람객인 듯 싶은데, 연구 내용 좀 소개해 주세요.” 대부분의 포스터 발표가 그러하듯 관람객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대학 교수나 대학원생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 처음 온 그녀로선 실험실 선․후배밖에 질문해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이 때문일까? 그녀는 기자에게 또박또박하고 친절한 어조로 포스터에 나열된 연구주제와 서론, 재료 및 방법, 실험결과, 고찰을 설명해줬다. 이에 기자는 되물었다. “이 실험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왜 이 실험을 하게 된 겁니까?”


잠시 머뭇거렸던 그녀는 “대학원 합격통보를 받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을 (본인이) 정리했을 뿐”이라며 “이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연구발표자도 해당 연구의 의미를 모른다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말인가?


대학원생 가운데는 입학할 때 지녔던 포부와 달리 실험실 생활에 파묻혀 꿈과 야망, 실험의 의미조차 망각하곤 한다. 자신의 연구가 학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험을 확장해 박사 이후에는 어떤 연구가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솔직히 벅차다. 하지만 연구자 스스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 모르면서 좋은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 4월 20일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최진호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성적 우수자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며 “시험에 나올 문제의 답을 외우는 것과 실험한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학은 지식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만큼 기존의 지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당신, 그대가 작성하고 있는 논문의 의미는 무엇인가?


글_정서금영 기자 symbious@donga.com 

*이 글은 고대대학원신문 2007년 5월호 ‘호원춘추’란 코너에 실린 칼럼입니다.

Posted by 정서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