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대대학원신문 2008년 3월호 ‘호원춘추’란 코너에 실린 칼럼입니다.


본교 대학원에 진학하신 후배님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의 대학원 선배이자 과학기자로서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공계 신입생 가운데는 벌써 지난해 대학원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때부터 실험실 생활을 시작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공계 대학원생의 일상은 개인 시간이 부족하고 실험 일정이 빽빽합니다. 청운의 꿈을 갖고 학문에 정진하는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석∙박사 학위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똑같은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학부 시절 성적이 우수했더라도 그때의 ‘자만감’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학부에서는 시험에 나올 지식을 외우면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대접받습니다. 반면 대학원에서는 독창적인 실험을 설계하거나 평범해 보이는 결과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높이 평가됩니다.


예를 들어 2월 22일 제가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우리나라는 여름철 번개가 많이 발생하는데, 번개를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과학자는 없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번개를 어떻게 모은다는 말인가”라고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과학자라면 다른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번개가 칠 때의 전기량은 1회에 전류 수만A(암페어)다. 만약 5000A의 벼락이 내리친다면 100W의 전구 7000개를 8시간 동안 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사람이 바로 ‘과학자’입니다.


1980년대 말 휴대전화의 운영시스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의 교수로 채용된 과학자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무선호출기도 사용되지 않던 시절입니다. 정부나 기업 어디에서도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자 그는 전공을 바꿨습니다. 음악이나 동영상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 암호를 집어넣는 ‘정보은닉’ 기술을 선택한 것입니다.


1995년 ‘정보은닉’과 관련해 논문을 검색하자 전 세계에 단 1편이 있었다고 합니다. 1997년 그도 1편의 연구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했을 때 전 세계에 10편의 논문이 나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과학자가 됐습니다. 지금 ‘돈벌이 잘되는 학문’보다는 ‘미래를 위한 학문’에 여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 바랍니다.


글_정서금영 기자 symbious@donga.com

Posted by 정서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