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동칼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1/30 비만의 열역학
  2. 2008/01/10 미뇽의 노래 (2)
  3. 2007/12/27 불규칙동사 반감기를 아시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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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열역학(thermodynamics)은 알쏭달쏭한 분야다. 엔탈피, 엔트로피, 기브스 자유에너지 등 용어부터 예사롭지 않다. 유클리드 기하학에 기본 공리 5개가 있듯이 열역학에는 4개의 기본 법칙이 있다. 열역학 제0법칙은 “물체 A와 B가 다른 물체 C와 각각 열평형을 이루었다면 A와 B도 열평형을 이룬다”로 요약된다. 바꿔 말하면 온도가 같은 물체 사이에는 열이 한쪽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열역학 제1법칙은 “계의 내부에너지 변화는 계가 흡수한 열과 계가 한 일의 차이다”로 기술된다. 식으로 표현하면 ‘E=Q-W’로 열과 일은 에너지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놀라운 통찰력이 들어있다.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가 1850년 발표한 이 수식은 열역학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개념을 이해하면 직관적으로 명쾌하기 때문에 다양한 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 몸을 하나의 계(system)로 보면 “체중은 섭취한 칼로리와 몸이 활동으로 소모하거나 배설한 칼로리의 차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의 뼈와 거죽만 남은 처참한 수용자 사진이 보여주듯이 계(사람)가 기본적인 활동으로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들어오는(먹는) 게 부족하면 서서히 살이 빠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배고픔의 공포에서 벗어난 현대인의 모습이다. 똑같이 배고플 때 먹고 남들 일어날 때 일어나고 잘 때 자는데도 계의 상태는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홀쭉하고 누구는 둥글둥글하다. 어떤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체중이 별 차이가 없는데 누구는 해가 바뀔 때마다 혁대 구멍이 하나씩 밀린다. 날씬한 게 좋게 보이는 시대다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살을 빼려는 노력, 즉 다이어트를 감행한다.


‘좀 덜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 야단인지….’ 날씬하게 타고난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린 왜 먹을까. ‘그걸 질문이라고…. 배가 고프니까 먹지!’ 당연한 대답이다. 그러나 여기에 뭔가가 있다. 배가 고프다는 ‘느낌의 강도’가 실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과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식욕은 개인차가 있고 쉽게 왜곡될 수 있는 본능이라는데 비극이 있다.


식욕은 어떻게 조절될까. 수많은 연구자들이 매달린 결과 큰 그림은 나와 있는 상태다. 즉 렙틴과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식욕을 관장하는 연출자다. 주로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음식 섭취를 억제하고 대사율을 조절해서 체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렐린은 주로 위에서 분비되는데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이다. 결국 렙틴과 그렐린의 시소가 식욕과 대사율을 조절해 체중을 결정한다. 심각한 비만인 사람들 가운데는 몸이 렙틴의 신호를 무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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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섭취한 음식이 렙틴과 그렐린 분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파악하면 좀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이 나오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같은 칼로리의 지방이나 탄수화물에 비해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 그렐린의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 즉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면 한동안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지방은 그렐린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제일 적었고 탄수화물은 처음에는 효과가 크나 곧 그렐린 수치가 올라갔다. 파삭한 닭 가슴살 보다는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삼겹살이나 달콤한 케익을 좋아하는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식성을 바꾸는데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글_강석기 기자



Posted by 목정민

미뇽의 노래

과동칼럼 2008/01/10 10:27

미뇽의 노래

 

Kennst du das Land, wo die Zitronen bluhn,

(당신은 아시나요, 저 레몬꽃 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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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음색을 지닌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여사가 1994년 녹음한 슈베르트 가곡 CD를 가끔 듣는다. 독일어를 몰라서인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 있으면 훨씬 더 감동적일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기자가 이 CD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것은 괴테의 시를 가사로 한 작품 열 곡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네 곡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왔는데 미뇽의 노래(Mignon-Lieder)로 불린다.


프랑스어로 귀여운 아이라는 뜻의 미뇽은 작품에 등장하는 유랑극단 소속의 어린 소녀다. 달걀춤이라는 독특한 춤을 추는 이 아이는 춤추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모진 매를 맞는데 이를 보다 못한 청년 빌헬름(괴테의 분신)이 아이를 사서 돌보게 된다. 그 뒤 빌헬름에게 모든 애정을 바친 소녀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파우스트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삶과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독일 교양소설의 전범이다.


48세 연상의 괴테를 동경해온 슈베르트는 그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을 보냈으나 괴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깊이 감동한 슈베르트는 미뇽이 부른 것으로 묘사돼 있는 시들에 여러 가지 버전의 곡을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괴테보다 4년 앞서 31세에 매독에 걸려 요절했지만 그가 남긴 곡은 미뇽을 불멸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 미뇽이란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아이들 때문이다.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이 실종사건에 대한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사는 곳은 안양8동으로 기자가 사는 안양9동의 옆 동네다. 안양에는 동쪽에 웅장한 관악산과 서쪽에 아담한 수리산이 마주보고 있다. 기자는 주말이면 즐겨 수리산을 찾는다. 안양8동과 9동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산을 내려오다 보니 의경들이 2-3미터 간격으로 늘어서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산을 쇠 꼬챙이로 쿡쿡 찌르며 올라가고 있다. 혹시 아이들이 산에 놀러 갔다 조난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에서나 가끔 보던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치니 가슴이 철렁한다. 동네 곳곳에는 전단지가 붙어있고 현수막도 걸려있다. 당분간은 수리산을 찾지 않을 것 같다.


본시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미뇽은 집시들에게 납치돼 유랑극단에 팔려 독일까지 흘러왔다. 돈 몇 푼에 한 소녀의 삶이 빛을 잃은 것이다.


2월호 기사로
행복의 과학에 대해 준비하고 있지만 마음은 행복하지가 않다. 현대 심리학과 신경생리학이 아무리 최신 행복 이론을 내놓더라도 지금 부모와 주위 사람들에게 최고의 행복은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미뇽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불렀던 노래 당신은 저 나라를 아시나요(Kennst du das Land) 전문이다.

 

당신은 아시나요, 저 레몬꽃 피는 나라?

그늘진 잎 속에서 금빛 오렌지 빛나고

푸른 하늘에선 부드러운 바람 불어오며

협죽도는 고요히, 월계수는 드높이 서 있는

그 나라를 아시나요?

그곳으로!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사랑이여!

 

당신은 아시나요, 그 집을? 둥근 기둥들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고, 홀은 휘황찬란, 방은 빛나고,

대리석 입상(立像)들이 날 바라보면서,

가엾은 아이야, 무슨 몹쓸 일을 당했느냐?

물어주는 곳,

그곳으로!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보호자여!

 

당신은 아시나요, 그 산, 그 구름다리를?

노새가 안개 속에서 제 갈길을 찾고 있고

동굴 속에선 해묵은 용들이 살고 있으며

무너져 내리는 바위 위로는 다시

폭포수 쏟아져 내리는 곳,

그곳으로! 그곳으로

우리의 갈길 뻗쳐 있어요. 오 아버지, 우리 그리로 가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 p221-222, 안삼환 옮김, 민음사

 

글_강석기 기자

Posted by 목정민


불규칙동사 반감기를 아시나요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성가신 부분 가운데 하나가 불규칙 동사의 변화를 외우는 일이다. 모든 동사가 동사원형에 ‘-ed’만 붙이면 간단할 텐데 왜 그렇게 제멋대로인지 외국인으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불규칙 동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주 쓰이는 동사에다 길이도 짧은 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잘 쓰지 않는 길고 어려운 단어는 대부분 규칙 동사다. 이런 현상은 같은 인도-유럽어족인 프랑스어와 독일어에서도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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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1일자 ‘네이처’는 불규칙 동사에서 관찰되는 이런 패턴을 설명해주는 논문을 실었다. 지난 1200년에 걸쳐 영어가 변천해온 과정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영어가 점차 규칙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애초에는 영어에서 규칙 변화라는 할 만한 것이 없었고 다양한 과거형, 과거분사형이 공존했다는 것. 그러다가 ‘-ed'형이 점차 세력을 키우면서 다른 변화형을 보이던 동사들도 규칙 변화를 따르게 됐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그 단어가 쓰이는 빈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즉 동사의 반감기는 사용 빈도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배 자주 쓰이는 동사들의 절반이 규칙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배 더 길다는 것.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어원상으로 불규칙동사에 속하는 177개 단어를 분석했다.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쓰이는 동사는 ‘be’와 ‘have’로 예상대로 현재까지 규칙화에 가장 완고하게 저항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come, do, find, get, give' 등의 동사들이 오는데 역시 여전히 불규칙 변화를 보인다.

세 번째 빈도 그룹에 가서야 규칙 변화에 무릎을 꿇은 동사들이 나온다. help, work 등이 그것이다. 원래 help의 과거형은 holp였고 work의 과거형은 wrought였다. Work를 ‘세공하다’ ‘(사람을) 차츰 움직이다’는 의미로 쓸 때는 아직까지도 종종 'wrought'라는 과거형을 쓴다. 아직까지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 셈이다.

자주 쓰는 동사가 규칙 변화를 따르고 안 쓰는 말이 불규칙이었다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셈. 아무튼 이렇게 살아남은 예외는 해당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골칫거리다. 그래도 언어가 생명체처럼 진화한다는 사실을 밝힌 이번 연구결과는 영어를 마스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무턱대고 불규칙 동사를 외우는 것보다는 적어도 왜 그런지는 알게 됐으니까.                                                                        

 글_ 강석기 기자


 

Posted by 목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