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동사 반감기를 아시나요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성가신 부분 가운데 하나가 불규칙 동사의 변화를 외우는 일이다. 모든 동사가 동사원형에 ‘-ed’만 붙이면 간단할 텐데 왜 그렇게 제멋대로인지 외국인으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불규칙 동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주 쓰이는 동사에다 길이도 짧은 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잘 쓰지 않는 길고 어려운 단어는 대부분 규칙 동사다. 이런 현상은 같은 인도-유럽어족인 프랑스어와 독일어에서도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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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1일자 ‘네이처’는 불규칙 동사에서 관찰되는 이런 패턴을 설명해주는 논문을 실었다. 지난 1200년에 걸쳐 영어가 변천해온 과정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영어가 점차 규칙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애초에는 영어에서 규칙 변화라는 할 만한 것이 없었고 다양한 과거형, 과거분사형이 공존했다는 것. 그러다가 ‘-ed'형이 점차 세력을 키우면서 다른 변화형을 보이던 동사들도 규칙 변화를 따르게 됐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그 단어가 쓰이는 빈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즉 동사의 반감기는 사용 빈도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배 자주 쓰이는 동사들의 절반이 규칙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배 더 길다는 것.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어원상으로 불규칙동사에 속하는 177개 단어를 분석했다.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쓰이는 동사는 ‘be’와 ‘have’로 예상대로 현재까지 규칙화에 가장 완고하게 저항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come, do, find, get, give' 등의 동사들이 오는데 역시 여전히 불규칙 변화를 보인다.

세 번째 빈도 그룹에 가서야 규칙 변화에 무릎을 꿇은 동사들이 나온다. help, work 등이 그것이다. 원래 help의 과거형은 holp였고 work의 과거형은 wrought였다. Work를 ‘세공하다’ ‘(사람을) 차츰 움직이다’는 의미로 쓸 때는 아직까지도 종종 'wrought'라는 과거형을 쓴다. 아직까지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 셈이다.

자주 쓰는 동사가 규칙 변화를 따르고 안 쓰는 말이 불규칙이었다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셈. 아무튼 이렇게 살아남은 예외는 해당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골칫거리다. 그래도 언어가 생명체처럼 진화한다는 사실을 밝힌 이번 연구결과는 영어를 마스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무턱대고 불규칙 동사를 외우는 것보다는 적어도 왜 그런지는 알게 됐으니까.                                                                        

 글_ 강석기 기자


 

Posted by 목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