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황우석 박사가 미국 아폴로그룹의 회장인 존 스펄링 박사의 애완견 미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아직 논문을 작성 중이라 투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제 포털에 언론사에서 ‘줄기세포 진실’ 질긴 게임…“조사위 서명 조작” “黃의 사기극”라는 제목으로 황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공판이 23번째나 열리며 장기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누리꾼들의 추천을 받고 있어 과학기자로서 몹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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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능력있는 사람인데... [35] CCJinny님 |08.05.27 |
개복제의 제일인자... 죽은 개도 복제성공... 이미 실력이 있다는 게 입증된 상태인데도 황박사를 까고 몰아내려는 의도가 뭔가? 좀 연구 좀 하게 내버려둬라... 버러지들아.
왜 황우석 사태가 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8] 청국장님 |08.05.27 |
노성일 사태가 아닌가? 황우석은 핵치환하는 기술을 가졌으며 노성일은 수정란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부분을 담당했는데 핵치환을 해서 계속 노성일에게 줬는데 줄기세포를 계속 못만들었잖아? 노성일을 족치라고!
기자야 "황의사기극"이라고 낚시질을 하니까 그리 좋더냐 [1] 천사몽님 |08.05.27 |
아직 판결이 나지 않는 사건을 마치 황박사가 사기군인 것처럼 기사제목에 인용한 것은 현혹성글로 낚시질 하려고 쓴 글 같은데 앞으로는 이렇게 쓰지마라 . 내가 지켜 보겠다.실력있는 과학자를 존경은 못할망정 사기군으로 몰아가려는 어리섞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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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는 “황 전 교수 측은 일부 DNA 검사 결과를 부풀리고 다른 사진을 쓴 점은 인정하지만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본 기술은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비 전용 문제도 일부를 연구 외적으로 쓰긴 했지만 관행상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고 게재됐다.
최소한의 상식을 지닌 과학자라면 ‘일부 DNA 검사 결과를 부풀리고 다른 사진을 쓴 점은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과학계를 떠나는 게 이치에 맞다. 누리꾼들은 황 박사가 실험을 재연해 인간체세포핵치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면 모든 것을 해명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께서 모 학술지 편집위원이었던 관계로 나는 1년 넘게 논문 심사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나도 대학원에 다닐 적,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 대학원 기간에 실험했던 논문을 여러편 써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일단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과정을 소개하겠다.
1. 연구자가 설계한 실험의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학술지 편집위원장에게 투고한다.
2. 편집위원장은 투고한 논문의 내용을 읽고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2~3명의 심사위원에게 평가채점표와 함께 논문을 송부한다.
3. 심사위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문을 심사한다. 하나는 △논리의 완결성 △표와 그래프 삽입의 적절성 △주제의 참신성 같은 항목별로 채점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논문의 원본에 ‘논술 첨삭’처럼 내용의 오류나 비논리성, 표현상의 잘못 등을 표기하는 것이다.
4. 채점을 통해 심사위원은 △즉시 게재 가능 △일부 수정 게재 가능 △대폭 수정 요망 △게재 불가 등의 형태로 판정을 내린 뒤 편집위원장에게 보낸다.
5. 편집위원장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종합해 최종 판단하며 심사의원들의 평가가 엇갈릴 경우 추가의 심사위원을 선정해 심사를 맡긴다. 즉시 게재 가능이 아니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논문의 투고자에게 알려 지적사항을 반박하거나 수정할 기회를 준다.
6. 투고자와 심사위원들 간에 수 차례 반박과 수긍의 과정을 거치면 마침내 논문 게재가 확정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심사위원은 투고자의 논문을 재현하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모든 심사위원이 투고자가 제출한 논문에 인위적인 조작이나 변조, 위조가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만약 투고자와 심사위원 사이에 믿음이 흔들린다면 어떤 심사위원도 심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인위적인 조작이나 변조, 위조가 허용된다면 어떤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진실만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일반인들이 ‘publish or perish’(논문을 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내용을 연구실 책상이나 출입문에 붙여 놓은 교수와 대학원생을 만난다면 과학자로 살아가기 위해 논문 한편 써내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적게 나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황 박사는 본인 스스로도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대해 ‘일부 DNA 검사 결과를 부풀리고 다른 사진을 쓴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학부생 때 읽었던 논문이 몇 년 뒤 대학원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우를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과학자의 연구 성과는 논문을 통해 인정받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이 쌓여 몇 년 뒤 학부나 대학원에서 교과서로 실릴 때 과학자는 학자로서 자부심을 얻는다.
반면 황 박사는 과학자서의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성을 스스로 파기했다. 물론 이제와 황 박사가 인간체세포치환 줄기세포 복제실험에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크게 뻥을 쳐서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혼자 독식해서 다른 과학자들보다 수십 배 많은 반복 실험을 통해 뒤 거둔 성과라면 그 연구 성과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방법은 굳이 황 박사 아닌 다른 과학자라도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를 떠나 황 박사는 스스로가 인정한 ‘사기꾼’이며 그런 사기꾼에게 국민의 세금을 연구비로 지원하는 일은 세계 과학사에서 절대 없어야 할 사례다. 개 복제는 황 박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도 해낸 일이다.
대한민국 4700만 명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과학자에 대해 “죽은 개를 복제했으니 인간체세포핵치환 줄기세포도 성공할 수 있지 않으냐”며 “실험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주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줄기세포가 존재하든 안하든 재판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나의 입장은 변할 이유가 없다. 그는 오염돼 존재하지 않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고 거짓된 논문을 사이언스에 투고했다. 설사 그 뒤에 새로 만든 줄기세포주가 수립됐다하더라도 그는 과학자로의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것이다.
만약 황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그대로 연장시키면 이런 논리도 성립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정부가 많은 돈을 빌려줘서 대우자동차, 대우건설, 대우전자 등에서 엄청난 국익을 창출했다. 비록 그가 부도를 냈지만 그는 대기업을 운영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 분명하므로 재기의 기회를 줘야 마땅하다. 어서 그에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집권기처럼 회사 설립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김우중은 국민을 속였고 대우를 속였다. 사기꾼에게 공식적인 지원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자식이나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사업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선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 박사의 지지자들의 기부나 자비로 연구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얼마든지 찬성한다. 다만 글로벌한 사기꾼에게 대한민국의 세금을 줘서 실험을 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이다.
아직도 황 박사를 두둔하는 여론이 포털을 장악한 것을 보면 과학기자로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아 보인다.
글_정서금영 기자 symbious@donga.com